[ 마지막 번외 인터뷰! 견과류×안윤×오유진×편집증 완간 무구 좌담회 ]

“무구는 계속해보겠습니다.”

201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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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무구

2013년
12월 / 등장인물

2014년
1월 / 무구
2월 / 꿈의 해석
3월 / 3
4월 / 편지
5월 / 어제 뭐 먹었어?,
6월 / 나쁜 영화
7월 / 수박
8월 / 미스터리
9월 / 나의 산책로
10월 / 빵
11월 / 아는 이야기
12월 / 결산하무구 2014년

2015년
1월 / 만두
2월 / 두 번째 방
3월 / 끝까지 본 드라마
4월 / 어제
5월 / 나의 산수
6월·7월 / 여름소설
8월 / 정전
9월 / 실수
10월 / 외국어
11월 / 잠
12월 / 2015년 연말인사

2016년
1월 / 출국
2월 / 고기
3월 / 흔들흔들
4월 / 한잔
5월 / 경주
6월 / 싸움
7월 / 빨래
8월 / 불면
9월 / 끝까지 못 읽은 책
10월·11월 / 관찰일기
12월 / 2016년 이야기에 답하다

2017년
2월
2월 / 빌려 온 물건
3월 / 일
4월 / 먼지
5월 / #5월에 저장한 스크린샷
6월 / #내가더위를잊는법_tip3
9월 / 이름
10월 / 군것질
11월 / 퇴근길

2018년
3월 / 나무
4월·5월 / 자려고 누우면
6월 / 어떤 것의 기초
7월 / 바다
8월 / 도서관
9월 / 이젠 하지 않는 일
완간 무구 / 이야기

주간 무구

2014년
편집(증)장의 말
水記
해밀
1년 후, 파리
2년 전 베를린
만두만
쪼렙의 추천질
쪼렙의 추천질 시즌 2
코스모스-박스
호밀밭의 파술꾼
쉽고 싸고 맛있는 포르투갈 요리
쉽고 싸고 맛있는 포르투갈 요리 시즌 2
꼬리

2015년
시절그림
밖에서 지내줘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연재를 하라
동거인의 저녁식사
동거인의 저녁식사 시즌 2
페소아 씨에게
페소아 씨에게 시즌 2
자다 깬 밤, 시집을 열었다
이 노래의 자초지종
사가 감정
수상한 2인조의 사랑 이야기

2016년
재의 목요일

거울수집가
당신의 풍경들
당신의 풍경들 시즌 2
우리-말
지진희와 나
나지라, 쿠르만, 이카티리나

2017년
1hr #전력_60분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이사를 하다

특별 연재
무구×필자 인터뷰

마지막 번외 인터뷰!

견과류×안윤×오유진×편집증 완간 무구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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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작했을 때부터 사실은 끝을 이야기했어요.”

 

견과류 / 자, 마지막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할까요? 저는 숫자로 정리를 좀 해봤어요. 무구는 2013년 12월에 시작돼서 2018년 12월을 앞두고 있어요. 5년 동안 운영해왔고 5년 동안 주간 무구에는 필자 인터뷰 페이지까지 합해서 38개가 쌓였어요. 월간 무구에는 49개가 쌓였어요. 완간 무구까지 더하면 50개가 되는 거죠. 숫자 좋죠?

오유진 / 딱 떨어지네요. 좋아요.

견과류 / 그리고 받은 메일함을 세어 봤어요. (웃음)

안윤 / (웃음) 덕후스럽네요.

견과류 / 무구에 게재된 이야기도 이야기였지만, 필자들하고 주고받은 메일도 이야기였으니까요. 의미가 있죠. 우리 동력이었으니까. 그렇게 받은 메일만 938통이 되더라고요.

안윤 / 회사네요.

견과류 / 무구에 정말 많은 이야기가 쌓여 있다고 실감했어요. 저는 그 이야기의 무게를 느끼면서 이 자리에 왔는데요. 다들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는지 듣고 싶습니다.

안윤 / 사실 작년과 올해에 개인적으로 바쁘고 힘들고 버거운 시기였어요. 그래서 견과류님이 무구를 접자고 이야기했을 때, 동감하면서도 무구를 시작했을 때보다 많이 공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터라 나 때문인가 싶어서 미안했어요. 무구에 대해서도 글쓰기에 대해서도 처음 마음이 흐려진 것이 아닌지 스스로 아쉬웠고요. 그렇지만 우리가 시작했을 때부터 사실은 끝을 이야기했어요. 끝을 가장 먼저 생각했던 사람은 나였던 것 같아요. 끝낼 땐 끝내자고 쿨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좌담회를 앞두고 질문지를 만들면서 생각했어요. 우리가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아서 무구를 할 수 있었구나. 수익을 내야겠다, 명예를 얻어야겠다, 웹진계의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했더라면 그걸 이루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겠죠. 하지만 우리가 각자 삶을 살고 각자 밥벌이를 하고 신변의 변화를 겪는 와중에도 무구를 해왔던 시간을 돌아보면, 오히려 대의명분이 없어서 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순간순간 무구에 기댈 때도 있었고 이 정도면 잘 살아온 거죠. 견과류님이 우리가 힘이 있을 때 끝내자고 말했는데, 그 마음을 모을 수 있을 때 마무리해서 좋아요. 좋은 마음으로 왔어요.

견과류 / 뭉클하네요. 유진님은요?

오유진 / 저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필자로 참여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접속하지 않은 적도 많아요. 솔직히 무구의 모든 과정을 다 지켜봤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처음과 마지막에 저를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접는 자리지만, 그동안 잘 이끌었고 여기까지 잘 왔다고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왔어요.

견과류 / 편집증님은요?

안윤 / 미안해 이런 이야기 하지 말고. (웃음)

편집증 / 미안해.

견과류 / (웃음) 그 얘긴 개인적으로 하시고요. 공식적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편집증 / 저는 처음에 아이디어만 던졌고, 그 다음에는 무구가 혼자 되게 잘 산 것 같아요. 아니 혼자라기보다는 편집자가 잘 꾸려온 것 같고…… 저는…… 저는……

안윤 / 말을 잇지 못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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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사이트와 5년을 함께한 게 아닐까?”

 

견과류 / 편집증님이 처음에는 함께했지만 나중에는 부재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기도 할 것 같아요.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어때요? 그때는 어떤 마음으로 무구를 시작했죠?

편집증 / 처음에는 답답해서 시작했어요.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을 공간이 많지 않으니까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은 되게 좋았어요. 제가 되게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저는 모션그래픽 작업을 하니까 그걸 내 맘대로 만들어서 올리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하지만 일하면서 그건 다 물 건너갔어요. 사람이 에너지가 한정돼 있으니까요. 일 끝나면 컴퓨터 안 켜고 텔레비전 보든지 영화 보든지 그렇게 되어 버려서 안타깝긴 해요. 여러 가지로 바빠지기도 했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을 떠나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장 힘들 때는 무구를 봤어요. (웃음) 그게 나쁜 건데, 되게 힘들 때는 무구를 봤고 아무 생각 없을 때는 무구를 별로 안 봤어요.

안윤 / 저는 처음에 누가 하자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어쨌든 우리 셋이 있을 때 그런 이야기가 나온 거 같아요. 편집증님처럼 나도 답답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혼자서는 절대로 무구를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하는 게 맞을까 잘할 수 있을까 너무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런데 그때는 셋이 합이 맞았고 시간도 에너지도 잘 맞았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냥 우리가 쓴 것을 조금씩 올리고 힘들 때 돌아보면 글을 쓰는 동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마음이었고, 좀 더 바라면 그걸 사람들이 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어요. 나도 글을 쓰고 사람들이 보내주는 글을 읽는 동안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과 지낸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웃음) 반려사이트와 5년을 함께한 게 아닐까? 내가 힘들 때도 의무가 있으니까 답장을 보내야 하잖아요. 어떤 날은 꾸역꾸역 했고 어떤 날은 좋은 마음으로 했고, 또 필자 분들 글이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자랑하고 싶기도 했거든요. 거기다 내가 쓴 글도 있고 묶어둔 마음이 있으니까요. 시작했을 때보다 좀 더 짙은 마음이 된 거 같아요. 시작했을 때는 무구가 내 생활에 어떻게 들어올지 기대하거나 상상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달라졌죠.

견과류 / 공감해요. 무구의 시작, 그리고 시작 다음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관계 때문이었으니까요. 우리가 답답해서 열었던 공간에 점점 다른 사람들이 드나들고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그러면서 의무와 책임이 따라왔죠. 우리끼리만 하다 보면 퍼질 수도 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요.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 그게 변화였어요. 트위터도 그래서 시작했어요. 무구가 조금 더 알려지고 연결이 되길 바랐어요. 그게 뜻대로 안 돼서 트위터 만들고 처음에는 울기도…… 했어요…… (웃음)

안윤 / 맞아요. 하고 싶은데 하기 싫어하면서. (웃음)

견과류 / 무구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아주고 들어줬으면 했죠. 그런데 반응이란 게 빨리 오지 않잖아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데도 조바심이 났어요. 어느 날인가. 카페에서 안윤님과 편집회의를 하다가 제가 막 울어버렸어요. (웃음) 처음에는 웃으면서 아무도 알티 안 하고 아무도 관심 안 찍는다며 하소연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안윤 / (웃음) 나는 관종인가. 그러면서.

견과류 /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그때의 진심이었죠.

안윤 / 답답함을 해소하려고 만들었는데 더 답답해진 거죠. (웃음)

견과류 / 유진님은 5년 전에 어떤 마음으로 힘을 보태줬는지 궁금해요. 당시에는 유진님이 웹 일을 막 시작했을 때였던 것 같은데요. 무구를 만든다는 게 유진님에게는 어떤 일이었어요?

유진 / 스튜디오 포레스트는 올해로 4년째가 되었기 때문에 제가 웹 일을 시작했던 시점과 딱 겹치진 않아요. 그때는 다른 데서 일하고 있었고, 회사 홈페이지나 SNS를 관리하긴 했지만 제가 웹사이트를 독립적으로 만들어본 경험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무구 같은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처음이었고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편집자와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이것저것 시도해봤어요. 제가 PSD 형식으로 시안 만들어서 공유하면 편집자가 포토샵이나 그림판으로 수정해 나간다든가 그게 메인이 된다든가 하는 식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시도가 있었어요. 어설프더라도 부담이 없어서 재밌게 만들었어요.

견과류 / 만들면서 무구가 어떤 웹사이트라고 생각했나요?

유진 / 딱히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정의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웹 일을 본격적으로 하고 나서도 무구를 어떤 범주에 넣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리뉴얼도 때가 됐다 싶으면 제가 제안해서 진행했고, 어느 날 들어갔는데 뭔가 전환이 필요하다 싶으면 편집자와 이야기해서 색이라도 바꾼다거나 하는 작업을 했죠. 말하다 보니 안윤님처럼 저에게도 반려사이트였던 게 아닌지…… 시간 나면 들여다보고……

견과류 / (웃음) 물 주고 밥 주고……

유진 / 지금 잘 되고 있나? 정독하진 않아도 계속 신경이 쓰이는 웹사이트?

견과류 / 우리가 구석구석에서 참 열일했네요. 무구를 만든 사람으로, 무구를 읽는 사람으로, 무구에 쓰는 사람으로. 안윤님은 어떤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했나요?

안윤 / 어려운 질문이네요. 왜냐하면 모든 역할을 다 했기 때문에. (웃음) 무구를 읽고 쓰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무구를 만들고 꾸려 가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이 기억에 남죠. 제가 월간 무구를 담당했는데요. 필자 분들이 보통은 무구를 어떻게 알게 되었고 이번 주제가 어떻게 와 닿아서 이야기를 보내게 되었다는 메일을 주시거든요. 그럼 거기에 대해서 잘 받았습니다 하고 사무적으로 답장하기보다는 필자 분들 이야기에 조금이나마 코멘트를 넣어서 답장을 해주고 싶었어요. 저도 어딘가에 글을 보내면 그런 답장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필자 분들 글에 감상을 덧붙여 보내는 것이 저에게는 즐거운 역할이었어요.

견과류 / 메일문학을 집대성 하셨죠.

안윤 / 최근까지도 그 역할이 의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요. 바쁜 와중에 답장을 쓰는 일이 주말 내내 되게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래도 시간이 아깝지 않았고 재밌었어요.

견과류 / 정말 많은 시간이 들어요. 안윤님이 월간 무구와 메일을, 제가 주간 무구와 트위터를 담당하고 소통했는데요. 월간 무구가 올라가는 날에는 안윤님도 저도 하루 반나절을 다 썼어요. 트위터에도 뭘 갈무리해서 어떻게 올릴지 고민하고 타래를 걸고 반응을 체크하고, 보이지 않는 시간이 있었죠. 힘이 들면서도 힘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었고요. 주간 무구는 한 주에 여러 연재가 돌아갈 때도 있었잖아요. 월화수목금토일……

안윤 / 그걸 다 어떻게 했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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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처음 만나는 독자는 편집자인 저였기 때문에.”

 

안윤 / 주간 무구는 견과류님과 제가 나눠서 소통할 때도 있었죠.

견과류 / 안윤님은 리외님의 <페소아 씨에게>를 맡고 저는 취운님의 <자다 깬 밤, 시집을 열었다>를 맡는 식이었죠. 그렇게 밀착 연재를 하면서 안윤님과 리외님과 취운님과 제가 무구 회동이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관계가 생기기도 했고요. 그렇게 만들어 간 친밀한 분위기가 있었어요. 기억나는 필자 분들이 많아요. 안윤님은 어때요?

안윤 / 하나하나 기억나요. 주간 무구에 연재했던 필자들이 아무래도 더 잘 떠오르고요. 유진님도 <2년 전 베를린>을 연재했고 만화를 연재했고 다양한 걸 했잖아요. 지내줘님이 <1년 후, 파리를 연재한 다음에 지금은 파리에 가 있는 것도 재밌어요. 다다님과 바네사님이 <쉽고 싸고 맛있는 포르투갈 요리법> 연재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견과류님도 이것저것 연재한 게 많았죠. <쪼렙의 추천질>부터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까지.

견과류 / 주간 무구를 중심으로 기억하고 있네요.

안윤 / 월간 무구에는 일회성으로 게재되는 글이 많기 때문에 그때의 무드나 계절감은 기억이 나는데 필자가 단번에 떠오르지는 않아요. 꾸준히 투고해주신 분들은 물론 몇 분 기억나요. 그님이라든가. 그렇지 않고서는 주간 무구 연재를 짧게든 길게든 했던 분들이 주로 생각나요. 가장 최근의 연재로는 인봉님의 <이사를 하다>가 떠올라요. 독자로서 즐겁게 읽었고 주변에서도 좋다고 이야기해줘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견과류 / 인봉님의 <이사를 하다>는 오래된 이야기에요. 인봉님은 주간 무구 연재 전에 월간 무구에 몇 번 투고를 하셨어요. 월간 무구 필자들에게 답례하는 책을 서점에서 사서 우편으로 직접 보낼 때였어요. 인봉님이 책을 보내달라는 주소가 매번 달라졌던 기억이 나요. 거기 얽힌 이야기가 나중에 <이사를 하다>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거잖아요. 그만큼 오래 전부터 시작된 이야기죠. 그래서 저도 기억에 남아요. 아직임진아님의 <이 노래의 자초지종>도 소중한 연재였어요.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실은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잖아요. 친구가 아니라 첫 번째 독자로서 이야기를 대면하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이야기를 처음 만나는 독자는 편집자인 저였기 때문에. 그렇게 독자와 편집자 사이에서 자극과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안윤님은 그 사이에서 어떤 경험을 했나요?

안윤 / 저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저를 드러내고 싶진 않아요. 그렇지만 남이 자기를 드러낸 글을 읽으면 재밌어요. 그럼 저는 뭘 원하는 걸까요? (웃음) 필자 분들의 글을 읽을 때도 그래요. 어떤 분 이야기를 읽으면 아 잘 쓴다 나는 글 쓰면 안 되겠다 느끼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글도 있고 또 다른 결의 글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고 누군가 공감한다면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왔다 갔다 해요. 그 마음이 양 끝을 왔다 갔다 하다가 그래 한 번 해보자는 순간에 머물렀을 때 <수기>를 책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지금도 왔다 갔다 하죠. 하지만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확인했어요. 우리 삶에서 게을리 하든 꾸준히 하든 그게 글이든 그림이든 무엇이든 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중요하고, 그걸 누군가에게 보일 수 있는 창구가 있다는 것도 중요하고, 누군가는 분명히 가져간다는 믿음이 있어요. 내 글을 누가 볼까, 내가 쓰는 글 나 같은 글인데 나 같은 글을 읽고 누가 좋다고 할까, 공감을 할 수 있을까, 너무 나의 개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그렇지만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는 보고 있어요. 그게 되게 귀한 일이었어요. 견과류님에게는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견과류 / 저는 원래 제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해서 제가 글을 쓴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무구에 글을 쓰면서 알게 됐어요. 이야기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일들, 이야기를 듣고 읽고 전하는 일들을 되게 좋아하고요. 이야기에 답하는 이야기를 하는 기쁨을 크게 느껴요. 안윤님이 메일로 이야기에 답했다면 저는 답례 책으로 답했는데요. 그 책을 서점에서 고르고 우체국에 가서 부치는 일도 게 되게 설레고 즐거운 일이었어요. 저는 방에 틀어박혀서 잘 쓰지도 못하는 소설을 쓰겠다고 계속 쓰고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지금도 골방을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무구를 하면서 보다 열린 공간에서도 있어봤던 것 같아요. 소설만을 쓰고 싶은 사람에서 리뷰와 에세이를 쓰기도 하고 아예 다른 책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기도 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소설이라는 한 영역에만 글 쓰는 나를 두지 않고요. 무구 이후에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의 가능성이 넓어졌어요. 내 그릇을 알게 되기도 했고요. (웃음) 하지만 그게 괴롭지만은 않게 됐어요. 원래는 내 그릇이 너무 작고 못나서 괴로웠는데 무구 이후에 조금은 편해졌어요. 글을 되게 못 쓰면서도 계속해보는 용기가 생겼죠. 누구나 자기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게 이야기를 계속하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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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어요.”

 

견과류 / 월간 무구는 완간 무구로 마무리 할 텐데요. 마지막 주제를 이야기라고 정해놓고 자문해봤어요. 나에게 뭐였을까? 우리에게 뭐였을까? 여러분에게도 묻고 싶은 질문이에요.

유진 / 주간 무구에 <거울수집가>를 연재했던 애슝님한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는데요. 애슝님이 인터뷰를 하게 되었대요. 그런데 기자님이 <거울수집가>를 찾아보셨나 봐요. <거울수집가>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질문을 던지셨대요. 그래서 나중에 <거울수집가>를 다시 봤는데, 연재 당시의 자신이 굉장히 잘 드러나 있어서 놀랐다는 거예요. 이야기하는 그때는 몰랐지만 돌아보면서 알게 되었고, 이야기를 해서 그때를 잘 지나왔던 것 같다는 말이었는데 인상에 남았어요. 이야기하고 그걸 어떻게든 남겨놓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구를 거쳐 간 다른 사람들도 왠지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 같아요. 그때 이런 이야기가 있었고 그때가 있어서 지금 내가 여기 있다고 느끼지 않을까요?

견과류 / 유진님에게도 그래요?

유진 / 기록을 남겨 놔서 좋아요. 그때 쓴 글이나 그린 그림을 보면 다른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때 경험이 다르고 그때 생각이 다르니까. 내가 계속 변한다는 걸 볼 수 있죠. 덜 다듬어져서 부끄럽기도 한데, 그래도 많이 해둬야겠다고 생각해요. 글 쓰고 그림 그리기를 꾸준히 하지는 않지만 그런 형태가 아니더라도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는 계속 있어요. 방법이 조금씩 달라질 뿐이죠. 최근에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아는 분들과 인사 나누는데 참여 안 하셨어요? 작업 안 하세요? 라고 물어오셨어요. 지금은 내가 다른 형태로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안 하고 있다고 여기진 않아요. 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어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되었고요. 예전에는 내 이야기를 하는 즐거움이 컸는데, 지금은 책을 읽고 팟캐스트를 듣는 즐거움이 더 커졌어요.

편집증 / 저는 사람이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만나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고, 또 사람을 만나면 예상 외로 헛소리를 많이 하거든요. (웃음)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하죠. 이야기에는 거짓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심지어 그 거짓조차 진실하다고 봐요. 그 거짓이 다른 거짓을 편집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이야기는 그래서 사람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어떤 형식의 이야기든 그 사람이 필요해서 선택하는 거죠. 무구도 그렇고요. 뭔가를 만들고 안 만들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각자의 이야기가 다 있어요. 사람 밥처럼.

안윤 / 편집증님이 이야기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했다면, 저는 저에게 이야기가 뭐였는지 생각해봤어요. 힘든 것들, 혹은 상처들, 혹은 경험들, 그 과거의 나를 납득하고 싶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고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나도 잘 쓰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또 어떤 생각이 드느냐면, 이야기라는 게 잘 쓰든 그렇지 않든 ‘잘’ 살기 위해 있는 것 같아요. 쓰고 싶은 사람도 있고 소비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 이야기라는 게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생각을 담은 것인데 우리는 왜 이것을 쫓을까요? 요즘에 드는 생각은 잘 살고 싶어서 그렇다는 거예요. 거기서 ‘잘’은 돈을 많이 벌고 떵떵거리고 건강하고 아름답다는 뜻의 ‘잘’이 아니라 자기 삶을 이해하고 납득하는 삶을 산다는 뜻에서. 그래서 나도 이야기를 그렇게 대하려고 해요. 나를 납득해야 나한테 벌어진 일들, 벌어질 일들, 주변 사람들을 또 확장해서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 또 맞물리듯이 잘 살 수 있고 계속 선순환할 수 있겠죠. 이야기는 하든 안 하든 공기처럼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거. 그게 어떤 사람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나한테 영향을 미치나? 할 정도로 작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견과류 / 누구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되게 컸어요. 그런데 글을 계속 쓰다 보니 결국 내가 나에게 이야기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단 걸 알았어요. 나 듣자고 하는 이야기가 스스로 싫기도 했어요. 내가 좋아서 쓰는 것을 가리켜 어떤 작법책에서는 글쓰기의 1단계라면서 백일몽이라고 표현해요. 하지만 그게 나쁜 걸까요? 발전이 없는 걸까요? 아이러니하게도 1단계가 있어야만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잖아요. 그건 출발점이이죠. 나 없이 하는 이야기는 길을 잃어요. 그리고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나 들으라고 한 이야기를 내가 싫어하면 누가 듣고 싶어 하겠어요? 그러니까 내가 먼저 듣는 게 맞아요. 나라는 첫 번째 독자를 인정해야만 다음 독자에게 갈 수 있어요. 저는 무구 안팎에서 느꼈어요. 나를 보고, 나를 듣기 위해서 쓰는구나. 나랑 잘 살기 위해서.

*

“그렇게 끝내는 게, 무구 같아요.”

 

견과류 / 우리의 이야기는, 무구 이후에도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요? 이야기를 열람할 수 있도록 무구를 도서관으로 리뉴얼해서 남겨 놓는 것이 절반의 답이 될 텐데요. 유진님의 아이디어죠. 어떤 생각으로 그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되었나요?

유진 / 견과류님이 무구를 접겠다고 했을 때는 웹사이트도 아예 닫으려고 했죠. 저는 그래도 한 번이라도 글을 썼던 사람이나 오래 연재했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무구를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이대로 닫아 버리는 건 아쉬웠어요. 최소한의 비용으로 웹사이트를 더 오래 유지해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견과류 / 안윤님은 유진님의 아이디어가 어땠나요?

안윤 / 무구를 닫으면 웹사이트도 닫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남겨 놓는다고 생각하진 못했죠. 그런데 유진님의 아이디어를 접하고 너무 좋았어요. 무구가 더 이상 우리 편집자만의 것이 아닌 게 되었는데 나는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싶기도 했고요. 리뉴얼하고 얼마나 열어 둘지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남겨두고, 남겨두는 것을 남겨둘 수 있을 때까지 남겨두는 것도 그대로 좋을 것 같아요.

견과류 / 저도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였어요. 그동안 도서관 자아를 가지고 무구를 운영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유진님 아이디어를 듣는데 이거다! 싶고 딱 맞아떨어진다고 느꼈어요. 끝을 정하긴 했지만 어떻게 끝낼지에 대해서는 안윤님과 고민하던 차였는데, 그게 무구답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도서관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끝난 것들을 모아 놓은 곳이죠. 하지만 이야기가 다시 시작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

편집증 / 동의해요. 저도 유진님 아이디어를 듣고 무구를 열어놓을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전에는 물질적으로 뭔가를 점유하고 있는 상태도 아니고 그냥 여기에 있으면 특별히 상관이 없는데도 이걸 닫고 폐점하는 것처럼 방을 다 빼야 된다고만 생각했죠. 하지만 그냥 있어도 되는구나. 그래도 괜찮겠다. 좋다. 그렇게.

견과류 / 고맙죠. 그렇게 끝내는 게, 무구 같아요. 지난 5년은 무구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무구와 따로 또 같이 지나온 각자의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무구 밖에서 지난 5년은 각자에게 어떤 시간이었나요?

편집증 / 5년 동안 하고 싶었던 건 다 해봤어요. 저 자신과 조금 더 친해졌던 것 같고요. 그 전에는 뭔가 강박적이고 그랬는데, 지금도 안 그런 건 아니지만요. (웃음) 다른 사람들이 이건 이래야 되고 저건 저래야 되고 하는 식으로 만든 세계는 상상으로 만든 거잖아요.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나는 그런 사람도 아니고 나와는 안 맞는다는 걸 배웠어요. 결과가 어떻게 됐든 간에요. 무구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무구와 멀리 떨어져서 각자 살아갔지만, 뭔가 이렇다 하게 이룬 게 없는데도 얻은 게 있었어요. 그게 뭐야? 라고 딱 묻는다면 글쎄 설명하기도 어렵지만 뭔가 있었어. 뭔가 해보고 아 이게 내 거구나, 하는 정도의 여유를 얻었어.

유진 / 5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요. 그래도 그 변화들을 잘 지내온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굉장히 힘든 시기도 있었고, 내가 되게 미워지는 시기도 있었고, 남이 미워지는 시기도 있었는데요. 잘 지나왔고 올해는 앞자리수가 바뀐 해이기도 해서 앞으로의 5년은 어떨까 기대되는 부분도 있고 두려운 부분들도 있는데, 어떻게든 잘 되겠지요 뭐. 그때의 내가 잘 하겠지. 내일의 내가 잘 하겠지. 그렇게 떠밀기도 하면서 잘 보내려고 합니다.

안윤 / 저는 늙었죠. (웃음) 늙었고, 5년 동안 나한테도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일이 해결되고 또 다른 일이 생기고 늙으면서, 반려사이트와 함께.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정말 힘이 빠지고 할 때 집을 청소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하면 힘이 나듯이 무구 일은 내 시간의 한 부분에 내가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이기도 했어요. 무구는 그렇게 있어줬던 것 같고요. 덕분에 나는 천성적으로 너무 게으른 인간인데, 영혼까지 게으른 인간인데, 어쨌든 마감이라는 걸 갖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많은 힘이 되었죠. 잘 지냈어요. 잘 늙어서, 우리는 이제 헤어져서, 각자 잘 살면 될 것 같아요.

견과류 / 무구는 힘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힘이 된 것도 맞아요. 책을 읽기 시작하고, 읽다 보면 끝나는 장이 오잖아요. 결국에는 이야기의 끝을 보고 책을 덮어야 하잖아요. 이야기라는 게 그렇게 시작하고 끝나고 시간의 반복인데, 저는 되게 미련이 많은 사람이라서 만나고 나서 헤어지는 게 너무 어렵거든요. 잘 안 되는데요. 그래도 5년 동안 잘 만나고 잘 헤어질 수 있었어요.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고 연습이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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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는 곳에서 부디 몸과 마음 건강하게 지내요, 우리.”

 

견과류 / 무구와 함께해주신 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해주세요.

편집증 / 더 늙어갈 텐데요. (웃음) 건강하게 나이 먹자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이빨 하나 임플란트 해 넣어야 되거든요. 사람마다 약한 부분이 있잖아요. 근데 제가 잇몸이 되게 약하더라고요. 이제 시작이에요. 이제 마흔인데 임플란트라니 되게 충격을 받았는데, 생니를 뽑고 나니까 상실감이 엄청 컸어요. 아, 뭐가 이제 하나씩 하나씩 없어지는구나. 사랑니랑은 달라요. 사랑니는 더러워 이런 느낌인데, 임플란트는 나랑 앞으로 더 살아가야 될 애들이 하나둘씩 없어지는 거니까. 하나둘씩 뭔가를 이제 빼낼 수밖에 없는 거예요. 더하는 것도 나름 있겠지만 잃을 수밖에 없다면 뭔가 건강하게 잃으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유진 /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외에도 어디선가 무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에게는 버틸 수 있는 힘이 됐을지도 모르고요. 그렇게 글을 읽고, 글을 써 준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견과류 / 저도 고맙습니다. 독자들에게도, 필자들에게도, 그리고 함께했던 안윤님 유진님 편집증님에게도요. 저도 혼자라면 못했을 것 같아요. 서로 끓는점이 다르고 서로 갖고 있는 약점이 달랐기 때문에 우리가 맞춰 가면서 오 년, 반십 년 동안 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무구를 둘러싼 독자, 필자, 편집자도 이제는 없어지겠죠. 그리고 우리의 관계도 우리의 생활도 달라지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제 없지만 또 뭔가 있을 것이라고, 잘 준비하자고, 잘 헤어지자고, 안녕. 이야기하고 싶어요.

편집증 / 오래된 이가 가면 임플란트 이가 오니까. (웃음)

안윤 / 요즘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다. 무구가 있어도 괜찮고, 무구라는 것이 이제 계속 업데이트 공간이 아닌 도서관이어도 괜찮다. 우리가 이야기를 읽어도 괜찮고, 안 읽어도 괜찮다. 그런 생각 하고요. 무엇보다 어쨌든 우리는 이야기로 연을 맺은 사람들이니까 나는 이야기를 하든 하지 않든, 자기 안에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그게 긴 이야기든 짧은 이야기든. 그리고 그걸 안고 언젠가 내뱉을 수 있으면 내뱉고 아니더라도 자기 조그마한 이야기들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것과 더불어 계시는 곳에서 모쪼록, 부디, 몸과 마음 건강하게, 그리고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면 만나면 좋겠어요. 제가 메일 쓸 때도 항상 쓰거든요. 계시는 곳에서 부디 몸과 마음 건강하게 지내요, 우리.

견과류 / 잘 지내다가, 생각나는 날에는 무구도서관에도 들러주세요.

안윤 / 이건 여담인데, 제가 무구를 닫을 거라고 지인한테 이야기하니까 지인이 “그래, 무구 고생했고 닫으면 그럼 무구무구를 열어.”라고 했거든요. 그 이야기가 말장난이기도 했는데요. 아, 그래. 무구가 끝나면 이제 무구무구가 올 수 있고, 뭔가 다른 것이 올 수도 있고 비슷한 것이 올 수도 있고 어쨌든 우리는 살아 있는 한 또 변하고 있을 거니까. 이제 무구도서관이든 무엇이 되든 무구무구를 하면 되니까. 그렇게 살아요. 고생하셨어요.

견과류 / 신의 놀이 노래의 한 소절이 생각나네요. 사람들은 좋은 이야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좋은 이야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고, 또 좋은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은 사람들이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죠. 그 오랜 기다림으로.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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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곳
웹진 무구

펴낸이
견과류 안윤 오유진 편집증

지은이
가령 가브리엘 견과류 공상과잉력
권도하 규은 그 김홍구 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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