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하려던 말을 잊어버렸습니다. 아, 뭐 말하려고 했는데 까먹었어. 곰곰이 되짚어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데 친구는 빨리 생각해내라며 자주 닦달을 합니다. 시곗바늘의 움직임처럼 귀를 가까이 대야만 들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희미해질 때가 많습니다.

전하지 못했습니다. 어째서 말 한마디 못한 것이 그 때의 감정과 나란한지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부끄러워서’, ‘너무 미안해서’, ‘솔직하지 못해서’와 같은 애처로운 변명을 품고 있습니다. 대출상환금과 카드고지서처럼 제가 저질러놓고선 괜히 울적해지며 마음이 뭉클하게 얹히곤 합니다. 닿을 수 없기에 영원히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글자는 오늘도 우울에 허우적거릴 뿐입니다.

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안타깝게도 작가로 모시지 못하게 되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희 출판사 이미지와는 맞지 않아서…’, ‘이런 소재는 돈이 되는 글이 아니에요.’, 유통될 수 없다는 원고지 몇 장은 한순간에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됩니다.


모든 이야기에게 이 자리를 빌려 작별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가끔은 지루했고 가끔은 혼자 웃었고 가끔은 덮어두다가도 어쨌든 사람보다 글자가 더 좋기도 하였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박선영

누군가의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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