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에게

 무구. 무구의 마지막…
 무구에서의 마지막 이야기.
 나의 마음속에서야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고 줄곧 살아있는 존재가 될 무구이지만 매달 어떤 주제가 선정될까 기대하고, 나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 마음이 두근두근 거리던 시간들이 여기서 멈춘다는 게 너무 아쉽다. 너무 아쉬워서 아무 말이 떠오르지 않다가 마감일인 오늘이 되어서야 아주 조금 몇몇 단어가 떠올라 몇 자 적어본다.

 이야기. 나에게 이야기란 전혀 다른 개체를 아주 쉽게 융화시켜주는 아주 질 좋은 접착제 같은 존재다. 말 한마디 나눈 적이 없고 그냥 남인데 뭐, 하고 아무 상관없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둘의 관계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온도가 존재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긴다. 그렇게 관계는 지속될 수도, 혹은 거기서 끝나는 만남이라도 좋은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

 이야기. 바다 저 밑과 같은 존재다. 깊고 깊어서 그 끝을 헤아릴 수 없고 무엇이 존재하는지 계속 파내고 파내도 그 존재의 끝을 알 수 없다. 그런데 무섭지 않고 아 이 바다에서 더 헤엄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묘한 존재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무엇과 만나게 될지 나의 체력은 언제 바닥을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재미가 그 속에 있다.

 그리고, 또 이야기. 내가 죽지 않게 일단 살아볼까 마음을 먹게 해 준 고마운 존재다. 나 혼자만의 이야기에 마음이 엉망진창이 되었을 때 타인의 이야기를 듣게 됨으로서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에 안심한다. 그리고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부정적인 마음은 조금씩 말을 통해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분해되어 사라진다.

 무구에서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은 작년 여름. 나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 시작한 투고는 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해 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초반, 내 이야기를 들어줘! 라는 마음을 시작한 투고가 시간이 지날수록 투고를 거듭할수록 사람 사이에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하고 큰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일 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나의 안식처이자 가장 큰 위로가 되어 주었던 무구. 무구가 있어 외롭지 않았고 매달 꼬박 해야 할 일이 생겨서 귀찮거나 미루고 싶은 그런 게 아니라 두근두근 마음이 뛰는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되었다.

 내가, 나 혼자만의 방 안에서 창문이 있는데도 보려하지 않고 불을 켤 수 있는데도 캄캄한 공간 안에서 있을 때 불을 잠깐 켜는 것도 괜찮아, 창문을 잠깐 열어보는 것도 괜찮아 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언어의 소중함을 깨달았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의 따뜻한 온기, 그 안에서 생겨나는 삶의 바탕이 되는 에너지를 받았어. 너의 마지막 장은 올해 겨울에 쓰여 완결된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 이야기는 내 마음 속에 한 권의 책이 되어 계속 존재할 거야.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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